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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작은 이야기/아들과의 작은 이야기

굴렁쇠가 넘어졌다고 너 마저 넘어 지지는 마라.

by 아기콩 2008. 9. 23.
  토요일 오후다.  낮잠을 즐기던 아들이 일어 났다. 아내와의 오붓한 영화관람시간이 끝나는 순간이다. 역시나 "아빠  아빠건 많이 봤지! 내가 좋아 하는 것 보여줘" 하며 베개를 베고 내앞에 누어 버린다. 이럴땐 난 힘이 없다. 아들 녀석 좋아 하는 챔프나 투니버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 본다.  

  불행히도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도라에몽이 걸렸다. "아빠, 저거.."  "그래" 잠시뒤 아들보단 내가 더 도라에몽에 빠져 든다. 나도 도라에몽의 도구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설거지, 청소 할수 있는 도구를 달래야지. 아들은 아직 잠이 들깬 상태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일본 에니메이션은 정말 아이도 어른도 빠져 들게 만든다. 다음에 시간나면 이것도 한번 연구해 봐야 겠다. 다행이 헌진이는 짱구는 별로 안좋아 한다. 하지만 난 짱구도 재미있다. ㅎㅎ. 

   그렇게 둘이서 뒹구는데  갑자기
 " 아빠, 우리 산책가자." 
 "산책? 그래 어디로 갈까?" 
 "음,,,박물관?...집앞에서 자전거 탈까?"

헌진이가 자전거 타고 있으면 난 할 일이 없다. 혹시나 넘어지지 않나 살펴보거나 뒤에서 밀어주는 것, 아니면 그냥 멍 하게 있는 것이다. 박물관에 가본지도 조금 되었는데 구슬려서 박물관으로 가야지. 아내도 데리고 가고.  

  작전 성공하여 다함께 김해 박물관으로 가게 되었다. 이웃에 있는 여동생에게도 전화하여 수민이(조카) 데리고 오게 하였다. 토요일 오후 박물관은 단체 관람온 학생들과 우리 처럼 아이들과 산책온 가족들로 시끌벅적 하였다. 헌진이와 수민이도 그 시끌벅적함에 뭍어 졌간다.  

   둘이서 손잡고 뛰어 다니다가 모래판에 들어가 모래성을 쌓는다. 깃발을 꼿는다. 재미있게 놀고 있다. 잠시뒤 신발에 모래가 들어 간다며 신발 마져 벗어 버린다. 이틈을 이용하여 우리는 커피한잔의 토요일 오후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잠시뒤 헌진이와 수민이가 굴렁쇠를 들고와서는 같이 굴려 보자고 한다. (김해 박물관 앞뜰에는 전통 놀이기구로 널뛰기, 굴렁쇠, 재기차기  및  단체 줄넘기등을 할수있게 비치해 놓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저번에는 나 혼자 가지고 놀았는데 오늘은 헌진이도 직접 해 보고 싶은 가 보다.  

   아들녀석 뒤에 서서 같이 굴렁쇠를 잡아 본다. 왼손에 굴렁쇠를 가볍게 얹고 오른손에 손잡이를 바르게 쥐고 굴렁쇠 뒷 부분 아래쪽에서 밀어 주는 거야. 출발할때는 왼손을 가볍게 밀어줘. 하고 나만의 굴렁쇠 비법을 전수 해 준다.  

 주위에는 조금 큰 아이들이 신나게 굴렁쇠를 굴리고 있다.

  " 하나, 둘, 셋. 출발..."

출발도 못하고 넘어진다.

"자...다시"

출발시 내가 도와 주면 조금 낫고, 그렇지 않으면 출발도 제대로 안된다. 그래도 저번 왔을 때 보단 훨씬 낫다.  어쩌다 도움으로  출발된 경우에는 신나게 달린다.

  " 아들, 손잡이를 굴렁쇠 뒤에 대어야지" 
  " 그래,,,잘되네" 
  "훨씬 잘하네, 옆의 누나야 들보단 니가 훨씬 나아"

아들의 도전에 내가 신이 나서 응원을 한다.  

  하지만 아들은 계속된 출발의 실패가 힘든 모양이다. 몇번 몸을 비튼다. 아들이 짜증나거나 힘들때 하는 몸짓이다.

 " 헌진아, 이제 그만 할까"
짜증난 목소리로
 " 싫어. 더 할꺼야."
하지만, 계속된 실패에 아들은 드디어 손잡이를 던지고 주저 않는다. 그리고는 하늘을 보고 누워 버리면서 울먹인다. 

   순간 난 '이 녀석이 땅에 누어 버리다니, 혼을 내야 하나 달래야 하나.' '살아 가며 이보다 더한 고통과 힘듬을 이겨내야 하는데,,,' 속으로 난감해 했다.  

  천천히 다가가 아이를 일으키고 품에 안아 본다. 품에 꼭 끼는 아들이다.  도저히 야단 칠수는 없다. 아들 귓에 대고 조용히 말해 본다.  

 " 아들, 출발이 잘 안된다고 슬퍼는 해도 주저 앉지는 마라."
 "지금 잘하고 있는거야."
 "굴렁쇠는 언젠가는 넘어 지게 되어 있어. 형들의 굴렁쇠도, 아빠의 굴렁쇠도 모  두   넘어져. 단지 우리 헌진이 굴렁쇠가 조금 일찍 넘어 졌을 뿐이야.
  "자. 다시 해봐"

  아들 녀석이 내 말을 이해를 했는지, 아니면 조금 쉬어서 기운을 차렸는지 다시 굴렁쇠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몇번의 실패를 한 뒤, 디어 누가 봐도 잘했다 싶을 정도로 신나게 굴렁쇠를 굴렸다. 아들 녀석도 스스로 만족해 하는 표정이다.

" 아빠, 이제 그만 할래"
"그래, 잘했어. 굴렁쇠 제자리에 걸어둬."

굴렁쇠를 가져놓은 아들은 수민이를 불러 실내 놀이방에 놀러 가자며 손잡고 뛰어 간다.  그렇게 신나게 뛰어 갈 수가 없다.  

   아들아. 너의 앞 길에 어떤 여정이 놓여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 지금 느낌 보다 더 힘들고, 절망서러울 때가 있을 거다.  하지만 그 힘듦에, 그 절망에 자신을 포기하지는 마라.  실패를 교훈으로 일어 서야지 절대 넘어 지지는 마라. 하고 뛰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에 마음속으로 속삭여 본다.  

어느새, 토요일 오후의 여유로움이  다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