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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버지형제분들의 추억/아버지와 어머니의 추억

부모님의 가을

by 아기콩 2008. 10. 30.
2008. 10. 29. 수요일. 맑음.
어제, 오늘 마음속 한켠에 있었던 무거움의 정체를 오늘 퇴근길에 불현듯 깨달았다.
그것은 아버지, 어미니의 사랑이였다.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어서도 부모님의 사랑을 바로 깨닫지 못하고 마음한 구석에 묻혀두는 어리석은 아들이다.

월요일, 아버지가 집에 다녀가셨다. 그날 회식이 있어 뵙지도 못하고 아버지는 진주로 돌아 가셨고, 어머니는 동생네로 가셨다. 술마시고 늦게 들어온 나는 쓸어져 자기 바빴다. 

  어제 아침 일어나 출근길에 현관을 보니 고구마가 두박스 놓여 있었다. 어제 아버지가 주셨겠거니 싶었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와 보니 부엌 한켠에 무우가 두 봉지가 있고, 냉

장고 옆에는 단감이 한상자 놓여 있다. 어제 아버지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것들이라고 아내가 말한다.  이 것들을 보고선 어떻게 다 먹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누구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아래집 윗집에 나눠 줄까? 카풀하는 선배들? 옆동네 사는 친구들에게 주어야 하나 ..이런 생각만 했다.

   아버지께 전화를 하여 안부를 여쭙는데 아무 탈 없다고 말씀하신다.  혼자 밥해 드셔야 하는 곤란함은 말도 안하신다. 영주(조카)가 수두에 걸렸고 전염성이 높으니 어머니에게 갈 생각도 하지 말라 하신다. 어머니 내려 가시는 날이 주말이 되면 같이 식사하고 가시라 말하니 아버지는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를 그냥 버스타고 내려 오라고 하시겠단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행여 불편한게 없냐고, 아이 보는것이 힘들지 않으시냐고 동생 퇴근하면 아들네 집으로 오라고 하였는데,  아무 불편한것 없고 수두 전염이 걱정되니 우리 집에는 오시지 않겠다고 한다. 나는 전날 술 먹어 피곤하니 내일이나 시간나면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제를 보냈다.

올 가을 유난히도 가물었다. 가을 채소며 과일이 작황이 좋을 수가 없다. 이 가뭄속에서도 아버지 어머니는 김장용 배추며 무우를 매일 물을 길러 주며 키우셨다. 무우가 조금 여유가 있어 아들네 주실려고 뽑아 오셨나 보다. 행여 아파트에 흙이 흐를까 씻기 까지 하셨나 보다.

고구마는 올해 같은해에 소출이 좋을 리가 없다. 그 적은 수확 중에서도 굵고 보기 좋은 것 만 골라 남아 오셨을 게다. 가뭄에 단감이 제대로 성장했을 리가 없다. 그중 제일 크고 잘 익은 것만  골라 담으셨을 게다.

  부모님은 분명 가을 가뭄이 힘드셨을 것이다. 그 땀의 댓가를 부모님은 돈으로 바꾸어 자신들을 위하기 보다는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아들 생각에 바리바리 한짐 싸 들고 오셨다. 아들, 며느리, 손자에게 맛있게 먹일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오셨을 것이다.  행혀 아들이 걱정할까봐, 손자에게 병이 옮을까 걱정이 되어 불편하지도 찾아 오지도 말라고 하신다.

어리석은 아들은 그런 부모님의 사랑은 모른체 고구마를, 무우를, 단감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까만 생각하며 이틀을 보낸 것이다.

헌진이에게 단감을 깍아 주면서 할아버지의 땀과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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