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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버지형제분들의 추억/아버지와 어머니의 추억

맷세의 새끼 기르기(아버지의 추억)

by 아기콩 2008. 11. 12.

2007. 2. 15. 싸이월드에 작성한 글을 옮김. 

산기마을의 옛집은 슬래트 지붕에 나무기둥이고 흙벽에 아궁이가 있고 큰방과 작은방 그리고 부엌에 딸린 작은방으로 윗채가 구성되어 있고, 아래채에는 창고가 두개 딸려있었으며 동쪽벽은 블록벽으로 작은할아버지집과 경계를 하고, 서쪽과 뒷쪽은 대나무 울타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쪽벽 밑에는 작은 화단을 꾸며 큰 대추나무도 있고, 봉숭화며 수국, 그리고 매년 봄마다 활짝 핀 작약꽃을 볼수 있었다. 대추나무는 새로 집을 지어며 배어 버리고, 작약은 지금 집 대문 앞으로 옮겨 여전히 활짝 핀다.

  이집도 아버지가 월남참전으로 송금해주신 돈으로 할아버지때 지은 집이라고 하셨다. 이집 지을때 얼마전 돌아가신 완사 고모부께서 여러날을 여기서 주무시며 성심으로 도와 주셨다고 한다. 그때의 고마움에 부산작은아버지의 고모부에 대한 서운함이 녹았다고 한다.  

  어느해 봄, 아버지가 아침 일찍 산에 다녀오셨는데, 집안에서 작은새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하신다. 이리 저리 둘러 보니 대추나무뒷쪽 블록담 어느 구멍에 멧새 한쌍이 둥지를 만든것이였다.

작은 멧새가 이쁘고 기특해서 그대로 두고 보셨다.  봄이 깊어 가자 이 멧새 부부는 알을 낳고, 부화 시켜 새끼를 기르기 시작하였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멧새부부는 열과 성을 다하였다. 어미새 둘이 번갈아 가며 먹이를 물고 와서 먹이고, 행여 다른 큰 새들이 오면 다른곳으로 유인하는등 정성을 다해서 새끼를 길렀다. 

그러던 어느 초여름날,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날이였다. 아버지가 마루에 앉아 쉬고 계시는데 그 멧새네 둥지에서 새끼새가 한마리 뛰어나오는 것이였다. 그 봄날 동안 새끼가 벌써 저 많큼 자란 것이였다.  

새끼는 날개짓을 연습하는지 둥지 위에서 한참 파닥거렸다. 아버지는 혹시 저녀석이 떨어지지는 안을까 하고 걱정스럽게 지켜 보셨단다. 어미새도 어딜 갔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한동안 파닥거리던 녀석이 날개짓에 자신이 생겼는지 조금 떨어진 대추나무가지위로 날아 올랐다. 그리고 그 주위를 조금씩 뛰어 놀더니, 그 빗속을 날아 올라 멀리 날아 가버리는 것이였다.

그런데 조금후 어미새가 입에는 먹이를 물고 둥지에 돌아왔다. 어미는 비어 있는 둥지를 확인하고는 새끼를 찾아 짹짹거리며 주위를 찾아 다녔다. 한참을 짹짹거리던 어미새도 어디론가 날아 가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는 처음에는 새끼새에게서 무정함을 느껴고, 어미새에게서는 허무함을 느끼다가, 조금 후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하셨다. 

그동안 낳아주고 길러준 어미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의 날개짓에 자신이 생겼다고 그 빗속을 그냥 날아 가버린 새끼새가 그렇게 무정하게 생각되고, 자신도 자식이 떠난줄 모르고 비속에서 찾아 헤메이는 어미새가 되는 것 같아 인생이 그렇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조금후 다시 생각해 보니, 새끼는 그 빗속을 날아 올라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지, 비가 온다는 핑계로 어미의 보호속에 있으면 어떻게 참다운 삶을 살아 가겠는가... 빗속에서 자립해 나가는 새끼도 비장한 마음을 품었으리라. 아마 어미새도 그런것을 알고선 미련없이 그동안의 둥지를 버리고 날아갔으리라. 한낱 미물이 새들의 삶도 저럴진데, 인간들의 삶이야 어떻겠는가. 나도, 내 자식도 그렇게 살아가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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