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6. 월요일, 맑음
지난 주말 진주유등축제를 다녀왔다. 주말에는 너무 피곤하여 정리하지 못하였다. 오늘 할까 하는데 역시 피곤하다. 사진들을 살펴보니 사진기를 하나 새로 구입해야 겠다. 신혼때 샀는데 사진이 잘 안나온다. 아니 기술이 모자란가? 우리 가족의 역사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적을까 한다.
토요일 오후 2시 30분쯤 진주로 향했다. 남해안고속도로는 막히지 않고 우리를 진주까지 인도했다. 중간 남강 휴게소에서 음료수 하나 마셨다. 계속 자던 헌진이도 이때는 깨었다. 잠을 푹자서 그런지 기분좋아 보인다. 문산을 지나는데 허수아비들이 많이 있다. 강강술래 하는 허수아비들도 있다. 누렇게 익어 가는 논과 색색가지의 허수아비가 잘 어울린다.
진주에 도착하여 고향집으로 갔다. 진주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고향집은 언제나 푸근하다. 들일 중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진주남강변으로 나갔다. 망경동 외곽에 갓길주차를 하고 걸어서 육거리 근처 망경식육식당으로 갔다. 아직 해가 있어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반주로 소주 한잔 하였다.
남강변에는 갖가지 등들이 강변을 자리하고 있다. 어두어 지자 등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저마다 각가지 색깔의 등을 밝혔다. 아름다웠다. 등들도 저렇게 화려해 질수가 있나보다.
강변에 있는 등들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수 있게 자동차, 호랑이, 소, 말 등의 모형 등을 만들어 타 볼수도 있게 하였다. 직접 타 볼수 있는 헌진이는 신이 났다. 너무 좋아 한다.
헌진이는 장난감 파는 곳을 발견하고는 자리를 뜰줄을 모른다. 결국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고 만다. 번쩍이고 소리가 나는 칼을 집었다. 사람들은 많고 어두운 밤이라 혹시 헌진이 손을 놓치드러도 잘 표시 날수 있겠다 싶어 허락해 줬다. 헌진이는 칼을 집었다. 다른것을 해라고 권유 해도 어림없다.
강변 둔치에는 소망등을 달았는데 그 갯수가 헤아릴수 없이 많았다. 건강 기원, 사업기원 등등,,,소망깃을 단 직사각형의 붉은 등이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등 하나에 일만원 정도의 댓가를 받는데 진주시의 재정에 엄청 보탬이 되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소망등을 단 사람들을 살펴보니 정말 다양하였다. 서울, 부산, 인천등등 전국 곳곳의 분들이 어떻게 알고 소망등을 달았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대신 달아 주셨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천수교의 망경동쪽 둔치에는 월경사에서 제작한 등들이 있는데 그 규모에서 엄청나다. 9층 목탑 양식의 등뿐만 아니라 황룡과 봉황이 있는데 황룡과 봉황은 움직인다. 황룡은 머리와 다리를 움직이고, 머리에서는 연기와 불을 품는다. 황룡은 꼬리를 공작처럼 폈다 오무렸다 하며 입에서 역시 불을 품는다. 사람들이 다들 신기해 한다. 또한 아이들을 위하여 만화영화 손오공 캐릭터 등도 함께 있다. 손오공은 자동차 앞 공중에서 돌고, 자동차는 움직인다. 오토바이 탄 저팔계는 바주카포에서 불을 품는다. 헌진이는 신기해하며 불 품는 장면에서는 무서워 하기도 한다. 너무 즐거워 한다.
서장대 까지 부교가 놓여 있다. 부교를 건너가면 강물위의 등들이 가까이 보인다. 강물위의 등은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들이 많이 있다. 욕심장이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들에게 둘러 싸여 혹 두개 단 모습, 흥부전의 박타는 모습, 망부석 재판 모습등등 재미 있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헌진이를 안고 건너며 등 하나 하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헌진이도 재미 있어 한다.
망부석 재판 등을 보며 둘러싼 사람들이 웃어 벌 받을 것이란 것을 이야기 한다. 이야기를 기억하나 보다. 그리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등을 보고는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기 호랑이 있지. 그리고 나무위에 남자아이 여자 아이 있어. 호랑이가 엄마 잡아 먹고 아이들도 잡아 먹을려고 해. 그래서 아이들이 줄을 내려달라고 해서 올라가버려. 근데 호랑이도 줄을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져 죽어 버려.' 비교적 정확하게 줄거리를 이야기 한다. 평소 책을 잘 읽어준 보람을 느끼는 장면이 였다. (강물 속의 등은 사진기의 성능상 잘 찍힌 사진이없다.)
부교를 건너 서장대 밑의 음악분수대로 가니 주변에 어린이 만화 영화 캐릭터 등이 많이 있다. 완전히 헌진이 세상이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아이 노는 모습을 지켜 봤다. 아이언키드, 로봇태권브이의 많은 캐릭터가 서 있다. 내가 봐도 정말 잘 만들었다. 헌진이의 장난감 칼과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 갖은 폼을 다 재어 본다. 지켜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모른다. 음악이 나오니 헌진이가 춤을 춘다. 할아버지도 함께 줘 본다. 우리는 손벽을 치며 웃고 지나 가던 사람들도 웃으며 지나간다. 헌진이가 춤을 멈추고 달려 가버린다. (나중에 물으니 부끄러워 달려 갔다 한다.)
다시 부교를 건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표를 사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겨우 건너 오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처음 시작했던 분수대앞에 앉으니 벌써 9시가 다 되어 간다. 지친 우리는 통닭 한마리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시골 집에서는 조금전의 화려함은 찾을 수 없고 어둠속에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다. 통닭 한마리를 겨우 먹고 지친 몸을 이불 속에 누인다.
오늘의 경험이 헌진이의 마음 한곳에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