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보면 길 사이 허공에 걸려 있는 거미줄을 노치기 십상이다. 놓치는 순간 몸으로 거미줄을 뚫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지나가다 보면 머리 까락에, 얼굴에 거미줄이 묻는다. 얼굴에 거미줄이 감기면 감촉도 별로이며 손으로 털어내기 마련이다.
아침 등산길, 평소 거미줄이 없는 곳에 거미줄이 있다. 딱 길 한가운데에 밤새 거미줄을 쳤나보다. 나는 운 좋게도 거미줄을 발견하였다. 휀 하루살이들이 눈 앞에 윙윙거려 발견할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거미는 밤새 운이 좋았나 보다. 큼직한 먹이를 잡아 아주 잘 동여메었다. 거미줄로 칭칭 감아 잘 매달아 놓았다. 아마도 배고프면 먹기 위해서, 아니면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나 보다.
그렇데 그 먹이에 웬 하루 살이들이 엉켜부터 있다. 하루살이들이 거미의 사냥물을 덮쳐서 자기들이 먹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루살이들은 가벼워서 인지 사냥꾼 거미는 어디 나뭇잎 뒤에서 자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거미 없는 거미줄에서, 거미가 잡은 사냥물을 쪽쪽 맛있게도 먹는 모양새이다.
사진 몆 장을 찍고 거미줄을 피해서 지나갔다.
내려오는 길에 살펴보니 거미줄은 찢어졌다. 아마도 다른 등산객이 지나쳤나 보다. 조금 남은 거미줄에 매달린 먹이를 아직도 하루살이 같은 녀석들이 먹고 있다.
거미에게 사냥당한 먹이를 훔쳐먹는 장면은 처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