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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작은 이야기/아들과의 작은 이야기

토라진 헌진이.

by 아기콩 2008. 10. 26.


2008. 10 . 25. 토, 구름 많음.

오전에는 혼자 봉사활동 다녀왔다. 직장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라 헌진이와 아내를 두고 갔다. 오후 2시쯤 집에 돌아오니 헌진이는 같이 놀자며 안겨 온다. 요즘 아내의 몸이 안좋다. 그래서 헌진이와 둘이서 나섰다. 자전거를 뒤에 실고 대성동고분박물관으로 향했다. 동생과 수민이가 그쪽에 있다는  것을 확인 하였다. 

수민이를 기다리는 모습

수민이를 기다리는 모습


  헌진이는 수민이가 자기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한다. 반대로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여도 끝까지 수민이가 자기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은 수민이를 만나지 못해 안달이다. 수민이는 유치원 친구 3명과 함께 온다. 그 아이들 어머니 2분도 함께 온다.

아이들 5명에 어머니 2분과 여동생, 그리고 나. 우리는 모두 대성동고문박물관으로 향했다. 고분박물관은  자주 오는 곳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기하지 여기 저기 만져 보고 둘러 보고 있다. 뛰어 다니다가 (특히 헌진이가) 직원분께 야단도 들었다.ㅎㅎ

모형말 탈때에도 서로 양보하며 차례차례 재미있게 잘 놀았다. 그런데 문제는 박물관을 나오면서 발생하였다. 수민이가 먼저 나와 헌진이 자전거에 앉았다. 뒤따라 나온 헌진이는  내려오라며 실랑이를 벌인다. 가만히 지켜 보니 둘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보엿다.
"헌진아, 수민아. 사이좋게 놀아야지. 누가 잔전거를 탈거지?"
"내 자전거야."
헌진이는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갑자기 수민이는 '안탈래' 하며 잔디밭으로 뛰어 가버린다. 잔디밭에서 다른 친구들 3명과 신나게 논다.

"거봐, 헌진이가 양보 안해주니 수민이 가버리잖아."
갑자기 헌진이 표정이 심각해지며 굳어진다. 그리고는 멀리서 놀고 있는 수민이 모습을 지켜 본다.
"잔디밭에 들어 가면 안되잖아." .."수민이 미워."
저번 과학축전때 여기 잔디밭에 들어 갔다가 관리인한테 야단맞은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다.

  "그래, 잔디밭에는 들어가면 안되지만 수민이는 가버렸는걸. 수민이랑 같이 안놀거면 우린 집으로 갈까?"
그 말에 헌진이는 자전거를 타고 날 잡을려고 야단이다. 난 피하고 도망을 친다. 잠시뒤 잡혀 주면서 말했다.
 "수민이랑 같이 놀려고 왔잖아. 가서  같이 놀자 하고 먼저 말해봐. 씩씩한 사람은 먼저 말하는 거야. 넌 씩씩한 남자지?"
헌진이는 내 품을 파고 들며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먼저 가서 사과하는 것이 싫은 모양이다. 계속 내가 등을 떠 밀자 결국은 주저 앉아 버린다.

주져 앉은 헌진

수민이를 쳐다보다가

나 없어도 잘 놀잖아.하는 표정


사진처름 표정을 지으며 앉아 버리고는 일어 설 줄을 모른다. 동생이 와서 달래고  다른 일행이 와서 달래도 소용이 없다.
"헌진이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아빠 한테 말해 볼래."
"놀기 싫어서 그래. 안움직일래."
"야,,,그러지 말고 아빠 한테 말해, 너 한테는 아빠가 있잖아."
아무리 달래고 어르고 하여도 소용이 없다. 조금 있으면 뛰어 가서 놀겠지 하는 생각이였다. 하지만 헌진이는 언제부터 저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자리에 앉아 일어 나질 않는다.

결국은 내가 번쩍 들어 버렸다. 벤치로 들고 와서 간지름을 태우고, 상체를 뒤로 넘겨주는 등 장난을 쳐주었다. 그제서야 얼굴이 펴지며 동생이 주는 배, 단감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는 수민이와 친구들에게 달려가 같이 어울리기 시작한다.

같이 어울리기 시작하자 오늘 처음 보는 아이들과도 재미있게 논다. 줄넘기 돌리기, 달리기, 공받기, 술래잡기등,,온갖 놀이를 다하며 어울린다. 그러고 나서는 수민이와 다른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태워 주며 뒤에서 밀어 주기도 한다.

밀어주는 헌진

이제 잘가는군

공은 외 않와.?


그렇게 토요일 오후는 저물어 갔다. 차가운 바람에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