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7. 월요일.맑음
지난 토요일, 대성동 고분 박물관에서 헌진이와 함께 놀다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였다. 금요일 우수 프렌디 선정도 되었겠다, 토요일 저녁이겠다 오늘 미션 수행하자 싶었다. 미션은 음식만들기로 내심 결정 하였다. 아내도 피곤하여 쉬고 있으니 저녁상을 내가 차리면 좋아 하겠지 싶었다.
이제 음식 종류를 선택해야겠다. 어디...만들기 쉽고 간편하면서도 사진찍기 쉬운 것이 없나 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제비였다. 내가 좋아하고 만들기 쉽겠다 싶었다. 그리고 헌진이와 밀가루 반죽하는 것을 사진찍어 놓으면 블로그에 올리기도 쉽겠다는 계산이,,,,ㅎㅎ.
음식재료를 생각해봤다. 멸치로 육수를 내고, 얼마전 어머니가 주신 조새살과 새우살을 넣고, 파를 총총 썰어 넣으면서 헌진이랑 둘이서 밀가루 반죽하여 뜯어 넣으면 딱 그림이 완성 되었다. 이제 난 수제비 이외에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헌진이에게 물어봤다. 엄마가 쉬고 있는데 우리가 저녁 차리자하며 어떤 음식이 좋겠는지 물었다. 비빔밥이 좋겠다고 한다. 몇일전 아내가 비빔밥을 해줬는데 맛있었나 보다. 나물을 넣고, 김치를 넣고 비비겠다고 아주 자신있게 말한다. 하지만 그 말도 내 귀에는 들어 오지 않았다. 나에겐 오직 수제비 뿐.
그래서 헌진이에게는 비빔밥을 만들어라 하고, 난 수제비를 만들겠다고 했다. 비빔밥과 수제비를 같이 올려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밀가루가 없는 것을 생각나 마트에서 밀가루 3Kg 짜리도 하나 사고, 밀감과 포도도 한송이 샀다. 이때 까지만 해도 즐거운 저녁 만찬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집에 들어가보니 아내는 자고 있었다. 내가 부엌에서 접시를 꺼낸다, 칼질을 한다 며 부산거리자 아내가 일어나왔다. 뭐하냐고 묻길래 다른 설명없이 수제비 만든다고 했다.
"내일 내가 만들어 줄테니 그만두어요."
미션 수행중이라고 말하긴 싫었다.
"내가 만들테니 같이 먹자."
"싫어."
아내는 가차 없이 말해버린다. 충격받은 나는 그만 기가 죽어 음식만들기를 포기해버린다.
"헌진아, 엄마가 밥 차려주는 것 싫어하는데."
더이상 말해봐야 말다툼만 길어 질것 같아 난 헌진이게로 피신해버린다. 결국 아내의 바램대로 외식을 했다. 하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섭섭함이 남아 있었다.
일요일을 헌진이 체육대회하고, 오늘 아침 일어났는데 아내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침상 차리고 있는 아내 옆을 지나다가 무심결에 아내에게 말했다. 수제비 만드는것이 프렌디 미션 수행이였는데 실패했다고.
그러자 아내는 웃으며 핀찬을 준다.
"미션 수행을 하더라도 내가 좋아 하는 것을 만들어 줘야죠. 내가 밀가루 음식 안즐기는 것 알아요 몰라요?"
그랬다. 아내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 하지 않는다. 난 그 사실을 알면서도 미션수행에 빠져 수제비를 고집했던 것이다.
난 미션에 빠진 나를 반성하며, 이번 주말에는 아내가 좋아 하는 전골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아들과의 작은 이야기/아들과의 작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