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사 산책

2008. 11. 15. 토요일. 맑음.

아내가 퇴근을 하니 1시 30분이다. 우리는 점심을 대강 먹고 오랜만에 은하사로 가보기로 했다. 헌진이는 자전거 타며 놀자고 하였으나 우린 은하사로 가기로 하였다. 은하사는 김해의 진산인 신어산의 중턱에 있는다. 창건은 김수로왕의 신화와 같이한다.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후가 김해에 도착하자 같이온 오빠 장유화상이 은하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은하사로 올라 가는 길부터 늦가을의 정취가 만연하다. 나무마다 색색이 잎이 물들었다.
단풍 아치를 통과하여 차를 주차시키고 내려보니 신어산 전체가 곱게 단풍치마입고서 우리를 맞이 하는것 같다.

신어산과 은하사 전경

주자창에서

주차장 근처 소나무 숲에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그네가 2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비어 있다. 헌진이 타고 싶다고 한다. 헌진이가 조금 꾸물거리는 사이 작은 여자 아이가 와서 타버렸다. 이때 부터 헌진이 기분이 안 좋아졌다. 겨우 달래서 절로 올라가는데 심통이 많이 났다.

산사로 올라 가는 길에 헌진이 낙엽을 발로 찬다.
"헌진아, 왜 낙엽을 발로차?"
하고 아내가 물어 본다.
"응,,,너무 정리가 안된것 같아."
헌진이의 심통에 낙엽쌓인 산사의 산책길이 정리안된 지저분한 길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헌진아, 가을 낙엽이야.아름답잖아.있는 그대로 그냥 아름답게 봐바" 하고 아내가 달래본다.

낙엽을 발로 차며 올라가는 헌진

산사 입구의 돌계단에 도착할때 까지 약간 심통이던 헌진, 돌계단에서 사진을 찍고 서 아내가 몇발작 앞으로 나섰다.

아내가 손을 놓아 버리자 헌진이에게도 마법의 가을이 찾아 오나보다. 돌계단의 낙엽을 손으로 줍고 장난을 쳤다. 그리고 조금 앞서가는 아내의 주위로 낙엽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 하며 감탄한다. 그 모습은 내가 봐도 영화속 한장면 같았다.

낙엽을 주워던 모습

돌계단의 낙엽으로 장난치는 모습

이후 헌진이는 기분이 좋아져 혼자서도 잘 돌아 다닌다.

종루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헌진이 계속 이상한 포즈를 취한다. 일반적인 이쁜 포즈를 권해봐도 말을 안듣는다. 끝까지 파워레이져에서나 나올듯한 모습을 한다. 아무래도 파워래인져 포즈 같다.

아내와 나는 헌진이 첫돌 무렵에 은하사 왔던 추억을 회상하며 가볍게 경내를 둘러봤다. 내려오는 길에 바위 위의 돌탑을 보고 헌지이는 직접 쌓아 보겠다고 한다. 삼층 돌탑2개를 쌓고서야 그만 둔다. 작고 앙증 맞은 돌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