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9.22.월요일
헌진이의 어린이 집에서 어머님 상담이 있는 날이다. 상담을 마친 아내는 나 보다 늦게 들어 왔다. 우리은 간단하게 외식을 하기로 했다. 산책삼아 걸어서 가기로 했다. 아들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앞뒤로 뛰어 다니다가 개굴이 흉내를 내기도 한다. 특히 개굴이 흉내를 좋아 하는데, 쪼구려 앉아 개굴 개굴 하면서 팔짝팔짝 뛴다. 이땐 정말 귀엽다.
아내가 상담했던 이야기를 해준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어디 험잡을데 없이 잘한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말도 잘하고, 친구들과 싸우지도 않고 잘 어울린다고 한다. 언어전달(1주동안 같은 문장을 선생님이 말해주면 아이는 부모님께 전달하고, 부모는 수첩에 적어 매주 월요일 거증하는 것)을 잘 하지 않는 것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비슷한 수준이고 이것은 6세반의 교육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한다. 또한 6.5세 정도에 가베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해주는 수준이면 충분하고, 내년되면 방과후 수업으로 보충해주면 된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식당에 도착하였다. 조그마한 식당인데 우리밖에 없다. 국수와 국밥을 시켰다. 아이는 숫가락, 물수건, 인테리어 모든 것이 장난감이다. 물수건으로는 테이블 청소, 숫가락 젓가락은 비행기, 테이블은 비행장,,, 아들은 모든것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졌다.ㅎㅎ
음식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도 왔다. 그중 남자분이 TV를 켰다. 국수를 먹던 아이가 '내 것 한다' 하며 즐거워 한다. TV에서 파워레인져 매직포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리모콘을 가진 사람이 야구로 채널을 변경해 버렸다. 롯데 두산전이 재방영 되고 있다. 아이는 다시 먹는 것에 열중한다. 나도, 아내도 열심히 먹었다.
갑자기 헌진이가 포크를 놓고 일어 선다. 아들의 얼굴이 무슨 결심을 한 표정이다.
"왜 그래?"
리모콘을 들고 있는 아저씨를 가르키며
"아저씨 한테 갈려고 해."
아들의 요구는 뻔해 보였고, 난 당혹 스러웠다. 어른들만 있는 식당에서 파워레이져라니...도저히 안되는 것이다. 솔직히 난 아이 때문에 그 남자에게 리모콘을 양보해달라는 요구를 하기가 싫었다. 아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다.혹시 저쪽 남자에게 들릴까봐 조용히 이야기 한다.
"헌진아, 우린 음식이 나왔고, 저 아저씬 음식이 안나왔지? TV는 음식 안나온 사람이 우선해서 보는거야. 우린 빨리 먹고 집에가서 보자."
"......"
"넌 자전거 타고 싶다고 했잖아. 빨리 먹고 가서 자전거 타자."
"......"
"우리 헌진이 오늘 너무 기분좋아 보이네. 텀블(어린이집)선생님도 칭찬 많이 하셨던데." 칭찬이란 말에 아이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난 무사히 나올수 있었다.
집에까지 가는 길에 우린 모든 것을 잊었다. 아이에게 자동차 배기구를 보여주며 자동차 매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고,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 이름을 이야기 해주며 집으로 왔다. 어느틈에 아내는 옆으로와 팔짱을 낀다.
집에 들어 가기 직전에 아이에게 물었다.
"헌진아, 조금전 식당에서,,,아저씨 한테 가서 무슨 말 할려고 했니?"
"응,,,가서, 내 TV 틀어 주세요. 할려고 했어."
"그러면 아저씨가 어떻게 이야기 할 것 같았어?"
"응, 조금만 기다려. 조금뒤 틀어줄께. 할것 같았어."
아내와 난 빙그레 웃고 말았다. 아직 헌진이는 모든것을 편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난 마음속으로 내가 과연 잘 대처 한 걸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의사와 요구를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가? 아니면 내가 했듯이 아이를 설득하여 자제 시킨것이 좋은 것이가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대처가 100점은 안되어도 70점 정도는 되지 않았나 생각든다. 어른의 경우도 같지만, 상대방에 대한 요구와 주장은 상황과 현실이 맞아야 한다. 속담처럼 우물가서 숭융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거절해서도 안돼지만, 무조건 들어주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의 요구를 거절할때도 방법을 조심해야 한다. 항상 아이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