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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작은 이야기/아들과의 작은 이야기

아이 책읽어 주기

by 아기콩 2008. 9. 26.

  일요일 저녁, 장모님 생신이라 처가댁 식구들과 저녁을 하며 맥주 한잔 하였다.  맥주 한잔에 기분 좋아진 나는 집에 들어와 아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고 했다. 샤워 하고 나오니 헌진이는 벌써 책을 2권 들고 있다. 더 뽑을려는 것을 말렸다. 헌진이도 오늘 많이 놀았으니 분명히 일찍 잘것 같았다. 사실 나도 피곤하기는 하고...

   헌진이가 골라온 책은 미운아기오리와 신델레라 였다.  재미있고 관심있어 하는 책을 나중에 읽어 달라고 하는데 오리책을 먼저 읽어 달라고 한다. 헌진이는 왕자에 관심이 많다. 백설공주, 신델레라, 라픈첼 등등 왕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 한다. 헌진이는 왕자가 될 거라 한다. 그래서 공주를 구해 주겠다고 한다. 유치원 가기 싫어 할때면 '헌진왕자 공주 구하러 가야죠'하면 바로 일어선다. ㅎㅎ

  우리둘은 이불을 깔고 잘 준비를 하고, 누워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미운 아기오리 책을 펴고 제목 읽어 보라고 하니 기대 하지 않게 읽어 낸다. 기특한 녀석, 그러고 보니 요즘 받침이 쉬운 글자는 제법 읽는 것 같다. 그리고 그림이 있다.. 노란 아기 오리들이 미운아기오리를 왕따 하고 있는 그림이였다.


 "헌진아, 이 그림에서 이녀석들과 이녀석의 차이점이 뭐야?  어떻게 다르지?"
차이점이란 말이 어려울 까봐 얼른 다시 물었다. 난 아이가 그림의 사실적인 차이점을 비교할수 있기를 바라며 물었다. 내심 답으로 기대하고 있는 말들은  색깔이 달라. 입크기가 달라 등등 간단한 답을 기대 하였다. 하지만 아들이 한 대답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답이 였다. 

"응,,,,이것들은 친구들을 놀리는 거고, 이 것은 슬퍼하는 거야"
 
난 겨우 표면적인 사실을 보고 질문했는데 아들은 이야기 전체를 뚫고 가는 내면의 이야기를 그림 한장에서 느끼는 것이다.
난 살며시 아들이 잠시 대견 스러우면서도 끝까지 내가 원하는 답을 유도 하였다.
" 그래, 또 뭐가 다르지?"
" 응,,,이것들은 여럿이고, 이것은 혼자야."

아들은 끝까지 아버지의 수준을 형이하학으로 만들어 버린다. 
더 이상 당할수만은 없어서 나 스스로 자진해서 자폭 해버리고 만다.
"그래, 그런것도 다르네. 또 색깔을 봐, 이것들은 노랗게 이것은 검네, 입을 봐""응 이건 짧고, 이건 길어"
" 다리를 봐. 이것들은 짧고, 이 놈은 길어. 머리를 봐 이것은 맨숭한데, 이 것은 아빠하고 헌진이 처림 터벅버리 같다."
머리 이야기에 아이는 나의 머리를 와 자기 머리를 만져 보고는 까르르 하고 웃어며 넘어 간다. 

  이렇게 나의 관찰력(?)을 아이에게 과시(?)하며 아들에게 말한다.
"책이나 다른 모든 것들을 볼때는 항상 비교도 해보고, 차이점도 찾아 보고 하는 거야"

 한참 책을 읽다가 미운오리가 백조가 되는 장면이 되었다. 이 그림을 보고 헌진이는
"아까 그 녀석이 이렇게 이쁘게 변한거야 ?"
하고 묻는다.
" 그래 그녀석이 이렇게 이쁘게 변한거야."

그래 헌진아.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변하는 거야. 나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이 변하듯이, 사람들도 모두 변하게 되는거야. 그 변화가 아름답게 보일때도 있고, 추하게 느껴 질때도 있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나면 아름다운 백조가 될수 있는거야.라는 말은 속으로 하고, '어린이 집 친구들이 못생겼다거나, 잘 못한다고 해서 놀리거나 괴롭히면 안돼.'란 말만 확인해주며 책읽기를 마쳤다. 
  아이들의 사고와 지능은 부모가 알아 채기도 전에 변화하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