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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작은 이야기/아들과의 작은 이야기

아들을 보지 못한 저녁.

by 아기콩 2008. 10. 2.
2008.10.2. 수요일 . 맑음.

  어제 퇴근 시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을 먹고 퇴근하느냐고 묻는다. 공부시간을 조금더 확보하기 위해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퇴근하여 곧바로 도서관으로 향하는 생활을 화요일 부터 한거다.  장모님과 함께 저녁 외식을 하고 오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화상으로는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머리 속에는 헌진이를 볼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옷갈아 입는 시간동안 겨우 얼굴 볼수 있는데 그 기회마져 없어 졌다고 하니 조금 서운하다.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는데 계속 아들 생각이 난다. 짜증 내고 있지는 않나? 저녁은 잘 먹었나? 낮에는 잘 놀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책보는 것이 멈춰진다. 허전한 마음에 핸드폰 첫화면을 헌진이 얼굴로 바꿔보본다.  이전 처럼 매일 많이 놀아 주지는 못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알차게 보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오늘 아침은 아내가 늦게 출근할수 있는 날이라 늦잠을 자게 놔뒀다.
뒤척이며, 잠꼬대도 한다. 꿈속에서 뭔가 잘 안되는지 짜증도 내는 것 같다.

  나오니 아들도 일어났다. 화장실 슬리퍼가 더러워 신지 못하겠다고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 헌진이는 약간의 결벽성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때에는 변기에 물 뭍어 있다고 소변도 안할려고 한다.
아내에게 야단맞고 나오는 녀석을 꼭 안아 주며 달래 줘 본다.
"헌진아, 아빠를 어제밤에도 못보고 이제 보는데 짜증내고 있으면 안되겠지. 재미있게 놀아야지."
하며 다리 마싸지를 해주다가 엉덩이 살 뜯어 먹기 놀이를 해보다. 엉덩이 살 뜯는 시늉을 하니 헌진이도 방구를 뀌는 흉내를 낸다.
" 어이구, 이놈의 살. 왠 냄새가 이렇게 심해. 버려야겠다."
이놀이 몇번에 아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출근 시간이 다가 오는데, 아들은 아빠 생각 해주지 않고 계속 놀자고 한다. 이번에는 사각 퍼즐(소마퍼즐) 가져와 정육면체 만들어 보자고 한다. (어제 저녁 이것 때문에 짜증을 많이 냈다는 아내의 말을 들었다.)  같이 쌓아 가는데 헌진이가 이렇게 해보자며 직접 놓아 본다.
몇번의 실패 끝에 거의 완성해놓고 마지막 두개를 놓아 보라고 하니 잘 놓는다. 아주 기분 좋아 한다. 아내도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은지 씽긋이 웃고만 있다.

소마퍼즐을 5세 아이가 혼자 하기에는 아직 무리이다. 처음에는 나도 헤매였다. 오늘 2개는 놓을수 있었으니 다음에 할때는 3개를 놓아 보아라고 해야 겠다.

이렇게 아들과 놀다보니 출근 시간이 늦어 지게 되었다. 결국 아침식사도 겨우 하고 나왔다. 출근시간에 허둥대기는 하였으나 아들과 잠시 같이 시간을 가지고 나오니 기분이 좋다. 아들도 기분이 좋은지 인사를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