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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침 등산길에 만나는 것들

by 아기콩 2020. 6. 26.

아침마다 분성산을 오른다. 시작은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다. 지금은 아침의 시원하고 따로는 서늘한 기운이 좋아서이다

상동 넘어가는 고갯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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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몸을 가볍게 풀고 아파트를 나서면 수로봉 봉우리가 시야에 가득 찬다. 서늘한 기운을 몸에 감싸고 오르막 길을 가다 보면 금방 열기가 오른다.

해질 무렵 분성산


길가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 잎에 맺힌 물 한 방울도 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다.
조금 더 깊이 오르면 뻐꾸기, 딱따구리 등 온 갓 새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울고 있다. 바람소리도 시원하게 시나간다. 

원추리
큰 달맞이 꽃



한 참 오르막을 오르면 편백과 메타세쿼이아가 반긴다. 쭈우욱 곧게 벋은 줄기들이 서로 잘 낫다고 자랑한다. 편백잎의 상쾌함과 메타세쿼이아의 싱그러움을 가슴에 가득 담고 오르다 보면 숨이 차고 종아리에 힘이 굳게 들어가기 시작한다. 온 몸은 땀으로 가득찬다.

비 온 뒤의 소나무 가지

 

오르막 끝에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힘차게 길을 걷는다. 그러면 잠시 뒤 목적지인 애산정에 다다른다. 애산정에서 얼굴을 씻고 스트레칭을 하며 뭉친 다리를 풀어 준다. 애산정에서 내려다보는 숲은 굵은 소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등 아주 보기 좋다. 

치자나무 꽃
구절초

 

굵은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나무의 숨결이 느껴진다. 가지가지마다, 둥치 하나하나에 그 나무가 지나온 시간이 느껴진다. 편백이나 메타세쿼이아처럼 곧게 벋지는 못했지만 바람에 휘고 다른 나무에 양보하며 새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다람쥐에게 열매를 내려주고 둥치에는 이끼를 두르고 덩굴 식물에게 감겨주고 그렇게 살아온 시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코 편하게 지낸 것만 아닌, 그렇다고 굴복하고 쓰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인내해온 그 나날을 온몸으로 써내려 오고 있다. 

큰 숨을 쉬고 나무들과 이야기 한 후 다시 내려간다.

아침 하산길에 보이는 하늘 구름

내려가는 비탈길에서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수채화인 듯 느껴진다.

한 참을 바삐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공자장의 소음과 출근길 자동차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도 일상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아침 등산길에 마주친 것은 일상이 번거로움에서 잠시 나뭇잎 거늘길로 들어선 나의 모습인가보다.

(첨부한 사진은 갤럭시A31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