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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작은 이야기/아들과의 작은 이야기

(미션)헌진이와의 목욕탕 탐험기

by 아기콩 2008. 10. 11.


2008. 10. 11. 토, 맑음.

새벽에 일어나 문서작성을 하나 마친 나는 오전내 온몸이 찌푸렸다.  점심 먹으며 아내에게 목욕을 가야 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헌진이에게 같이 갈건지 물어 봤다. 당연히 따라 나서겠단다. 아내는 이제 감기가 나은 헌진이에게 주의를 준다. '절대 찬물에 올래 놀면 안고 발만 담궈야되' 라는 다짐에 헌진이는 그러겠다고 한다. 

 나는 칫솔, 목욕타올과 속옷을 챙겼고, 헌진이는 물안경과 물조리를 챙겨 나섰다. 10월의 오후는 아직도 덥다. 헌진이는 신이 났는지 저 만큼 앞서 나간다. 경비실 아저씨에게 신나게 인사를 한다. 경비실 아저씨도 신나게 인사를 받아 준다.

목욕탕 키를 헌진이가 빼았는다. 계단을 내려 가며 몇번인지 물어 본다. 역시 백단위를 읽지 못한다. 백단위 읽는 법을 간단하게 이야기해준다.
"숫자가 세개가 있을때는 첫숫자 앞에 백을 붙이면 되. 그러면 2백2십8 이라고 읽으면 되지."
헌진이는 따라서 몇번 읽어 보고는 신발장 앞에서 숫자들을 비교하며 찾고 있다. 가만히 기다려 주니 겨우 찾아낸다. 옷장은 내가 찾아 문을 여니 헌진이는 키와의 숫자를 비교해보더니 
"맞내." 한다.
"그럼, 아빤 잘 찾아 내지." 하고 응수를 해주고는 열심히 옷을 벋는다.
헌진이는 옷 벗는 것도 신나게 벗는다.
바지를 벗어 옷장으로 신나게 던진다.
"야. 옷을 던지면 어떻게해? 걸어야지." 하며 옷을 챙겨 옷걸이에 걸어 준다. 나의 핀잔에도 헌진이는 아랑곳 없이 팬티를 벗어 다시 던진다.
윗옷은 잘 벗지 못해 도와 준다.

욕탕에 들어간 헌진이는 온탕에 발을 들여 놓더니 뜨겁다고 한다. 평소는 별로 안뜨거운 곳인데 오늘은 온도계가 43도를 가르키고 있다. 다른 탕으로 가보니 온도가 34도로 되어 있다. 헌진이는 또 뜨겁다고 한다.
"헌진아. 이게 뭐가 뜨거워. 조금 참으면 좋아져."
"그래도 뜨거운걸."
"뜨거운물이 위로 올라 오거던. 그래서 밑에 있는 물은 별로 안뜨거워.헌진이 발도 장단지 위쪽만 뜨겁고 아래쪽은 안뜨겁지?"
하며  욕탕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종용해 봤다. 하지만 헌진이는 뜨겁다고 요지 부동이다.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헌진아, 코끼리(물조리)로 물 뿌려 줄래."
헌진이는 조리개로 물뿌리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나의 어깨, 머리로 연신 물을 뿌려댄다.
"이번에는 아빠가 뿌린다." 하며 조리개를 받아 헌진이의 어깨 위로 조심스럽게 뿌려줬다. 헌진이는 어깨에 맞았다가 손으로 받았다가 하며 재미 있어 한다.
"부르릉, 부르릉 안할때 까지 담아야되"
"아빠, 손올려 얼굴 씻어면 이렇게 올려야지."
하며  조리개 물을 어떻게하면 가득 담는지, 얼굴 씻을때는 물을 아껴야 하는 법을 신나게 가르켜 준다.

다시 조리개를 주고 물을 뿌려 달라고 한다. 이번에는 뿌리는 물을 피하여 안쪽으로 도망가 본다.
" 이크, 난 물맞기 싫어."하며 욕탕 안쪽으로 옮겼다. 역시 헌진이는 따라오며 물을 뿌린다. 욕탕에 온몸 담그기 시도 성공이다. 이번에 물속으로 잠수를 하여 물을 피하여 본다.
"물속으로 들어가니  못뿌리지?"
"난 이렇게 뿌렸는데."
헌진이는 물속에서 물을 뿌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속에서 어떻게 물을 뿌려."
하며 물조리개를 빼았아 물속에서 헌진이에게 뿌려 보았다.
"어...안뿌려지내."
이렇게 물뿌리개 장난으로 온탕에서 신나게 논 우리는 냉탕으로 옮겼다.

 냉탕에 들어가면서도 헌진이는  조심스럽다. 물이 얼마나 깊은지 조심스럽게 체크를 하고 가슴까지 오는 것을 확인 하고선 신났다. 물속에서 점프하며 돌아 다닌다. 찬물 맞기를 한후 헌진이를 돌아보니 손짚고 물차기를 하고 있다. 살며시 다가가 가슴과 허리를 잡고 물속으로 끌고 가니 무섭다고 난리다. 
"야, 아빠가 잡아주는데 괜찮아."
"무서워, 싫어."
아직 물속에서 눈감고 숨을 참는것이 두려운 모양이다. 지난 여름부터 시도 했는데 아직 안된다. 
"그럼 누워봐, 누워서 하는것은 잘하지?"
하며 배영 자세를 취해봤다. 배영자세는 지난 여름 덕유산 계곡에 놀러 갔을때 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배영자세를 하니 발차기를 가볍게 하기 시작한다.
"온몸에 힘을 빼, 아빠가 잡고 있잖아. 어깨에도 힘을 빼고."
그렇게 냉탕을 한바퀴 돌았다.

그렇게 냉탕와 온탕을 몇번 들락거린 우린 씻으러 갔다. 비눗칠을 하여 가볍게 몸을 씻어 주는며 시원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가볍게 씻겨 주고 머리를 감긴다. 샤워기에 머리 감길려고 하니 물이 세다고 약간 겁먹는 것을 겨우 설득하여 머리 감기기도 마쳤다. 칫솔질을 할려고 하는데 이런....어린이용 치약을 챙기지 않았다. 
모르는체 어른용 치약을 뭇쳐 건넸다.
"아빠...매워."
입에 넣고 한번 칫솔질을 하고선 맵다고 난리다. 난 별일 아닌척 능청을 떨었다
"야, 입 씻어. 아빠가 헌진이 치약을 안가져왔네.".
"아빠는,,,헌진이것 가져와야지."
"그래 미안하다. 그래도 이빨을 닦아야지."
그렇게 몸씻기를 마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몸을 닦은 헌진이는 목이 마르다고 음살이다. 우린 목욕탕 올때 마다 음료수 하나와 계란을 먹었다. 이번에도 음료수 마시고 싶다는 말을 목이 마르다는 말로 대신한다. 음료수를 하나 골으라고 하니 쏜살같이 냉장고 앞으로 달려간다. 몸을 닦고 따라가 보니 2천원짜리 음료수를 골라 들고 나온다. 역시 목욕탕 음료수 가격은 비싸다고 생각하며 계란을 하나 까 주었다. 
"아빠도 목마르다. 좀 마시자."
"싫어."
"야...아빠 목 엄청 마른데,, 정말 안줄거야?"
내 표정과 음료수를 번갈아 쳐다 보던 헌진이는 겨우 음료수를 건넨다.
"많이 마시면 안되! 한번만 마셔."
이렇게 음료수와 계란하나를 맛있게 먹고, 남은 계란 하나는 아내를 위해 가져왔다.

집으로 오니 벌써 시계가 5시 30분을 가르키고 있다. 아내는 김밥을 맛있게 말아 놓고서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린 계란 하나를 엄청 생각해서 가져 온것 처럼 이야기 하고선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